소개

정신분석(psychoanalysis)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의사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가 창시한 치료 기법입니다. 이 기법은 프로이트가 기틀을 세운 이래 백수십 년간 많은 이론가들과 임상가들, 연구자들에 의해 분화 발전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두 가지 공통 가정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1. 정신결정론(Psychic Determinism)

    바다에서 파도가 우연히 치는 것이 아니라 바람, 조수간만, 지진 등의 영향을 받듯이, 인간의 행동(말, 동작, 태도, 생각, 감정, 감각 등) 또한 우연히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2. 무의식 이론(The Theory of The Unconscious)

    빙산은 일각만 눈에 보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수면 아래에 있어서 우리가 볼 수 없는 것처럼, 마음의 활동 또한 그 대부분을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신분석은 인간이 겪는 괴로움이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봅니다. 무의식을 완전히 다 아는 것은 평생 정신분석을 해도 불가능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의 역동을 조금이라도 더 알게 되면 우리는 삶이 주는 좌절과 고통을 더 현실적이고 인간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됩니다.

정신분석 세션에서 하는 것들

정신분석 시간에 내담자는 성실히 참여하고, 세션 내에서 의식에 떠오르는 것들을 최대한 자유롭고 솔직하게 말하도록 요구받습니다. 분석가는 내담자의 연상에 주의를 기울이며 그것이 더 풍부하고 깊어지도록 도우며, 때로는 그러한 연상에 동참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분석가-내담자의 관계는 내담자의 내적 세계가 드러날 수 있는 모래놀이터(sandbox)처럼 기능하며 그 가운데 다양한 치료적 작용(therapeutic action)들이 효과를 발휘합니다.

정신분석을 통한 변화는 느리게 진행됩니다. 치료 과정에서 순간적인 깨달음, 통찰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그것이 바로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인간에게는 생존에 도움이 된 적응 방식을 **유지하려는 습성(저항)**이 있기 때문입니다. 익숙한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관점, 새로운 방향, 새로운 이해, 새로운 실천을 받아들이는 것은 그 자체로 고통입니다. 그래서 분석 과정은 ‘훈습(working-through)’ 이라고 부르는 반복적인 작업을 수 년간 거쳐야 하며, 이를 통해 내담자는 정신분석의 과정을 내면화하고, 자신과 자신의 삶, 삶을 통해 형성되어 온 마음의 문제를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변화 과정은 정신분석이 종결된 이후에도 내담자의 마음에 남아 추가적인 변화를 일으킵니다.

정신분석에 필요한 요건들

정신분석은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의학적으로 정의된 질환이 없을지라도 삶에서 반복되는 어려움이 있다면 해 볼 수 있습니다. 대인관계나 일 등 다양한 삶의 영역들이 분석의 주제가 될 수 있습니다. 자아의 기능이 좋은 분은 그만큼 유리한 면도 있습니다. 정신분석에 필요한 요건은 다음과 같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 밖에도 용기, 자발성, 솔직함, 성실함 등이 중요한 자원이 됩니다.

  1. 심리학적 마음가짐(psychological mindedness): 자신이 겪고 있는 문제와 마음의 연관성을 성찰할 수 있는 사람.
  2. 자아의 강도(ego strength): 자신의 감정을 잘 수용할 수 있고, 말로 표현할 수 있으며, 모호함을 견디는 능력이 있는 사람. 어느 정도 지속성 있는 인간관계를 경험한 적이 있고, 사회적 약속들을 지킬 수 있는 사람.
  3. 현실적으로 정신분석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 심리적 에너지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